만(萬)은 큰 수이다. 화폐의 관점에서는 점심값에 불과하나 수로 보면 그 양이 상당하다. 원룸과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민의 입장에서 만의 크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에 땅을 보고 사는 농부는 온전히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소작농이 아닌 자기 소유의 땅을 만 평 가지고 있다면 든든한 뒷배를 가진 것처럼 어디서도 기가 죽지 않는다.
이는 투자의 개념보다 땅이 가진 무한한 베풂의 특성 때문이다. 텃밭만 있어도 굶주림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니 부지런한 자라면 만 평으로 부의 축적과 되물림이 가능하다.
논이 만 평이면 부농일까?
looks_one만 평은 얼마나 클까? – 만 평의 크기는 축구장(2160평) 4개 반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농부들이 사용하는 마지기로 따지면 50마지기에 해당하며, 경복궁과 비교하면 1/13 수준이다. 절대 적은 면적이 아니기에 시골 논밭을 생각했을 때 평야가 있는 호남지대가 아닌 이상 한 필지가 만 평이 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looks_two만 평에 벼를 심으면 부자가 될까? – 보통 마지기는 200평으로 2인 가족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면적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지기당 쌀(80kg) 4가마니를 수확할 수 있기에 만 평에 벼를 심으면 약 200가마니가 나온다. 이를 단순하게 현재 소비자가(20kg당 5만 원)로 전부 판매하면 대략 1억 원이지만, 보통 일괄적으로 정곡(도정한 쌀)이 아닌 나락(벼)의 형태로 농협 또는 장사꾼에게 판매하기에 실질적인 매출은 많이 줄어든다. 이 금액에서 기름값, 인건비, 농약값, 기계값, 비료값, 도지값 등을 제하면 순이익이 대략 1,000~1,500만 원 정도이다.
벼농사가 다른 작품에 비해 품이 적게 드는 것은 맞다. 다만,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농사 자체는 고단함의 연속이다. 대신 정신적 피로도는 적은 것이 장점이다.
농사짓는 땅이 만 평이면 농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소화할 수 없는 크기이다. 그러나 벼농사만 지으면 면적 대비 이익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면적에 비례하여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직불제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