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 그녀들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필자가 본 간호사는 늘 바빴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자주 안쓰러웠고 매번 멋있어 보여 뇌리에 오래 남았다. 그런 그녀들이 태움으로 스스로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잘 보듬어 주었다면 마지막까지 낫을 든 저승사자와 맞설 고귀한 천사가 되었을 것임이 분명한데 자본주의는 고민없이 그녀의 날개를 꺽고 족쇄를 채우는 선택을 한다.
신입 간호사는 태움을 피할 수 있을까?
- 간호사 태움 문화란 무엇일까? – 신규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로부터 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받는 강도 높은 교육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지식과 노하우의 전달과 더불어 위계와 질서를 주입시키는 목적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왜 태움은 사라지지 않을까? – 병원도 결국 이윤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한다. 이로 인해서 간호사의 스케줄은 3교대로 쉼 없이 돌아가며 도중에 결손이 발생하면 남은 인원에게 업무가 가중된다.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들어와도 업무에 적응하기 전까지 3~6개월이 걸리기에 그동안 육체적 피로의 누적과 정신적 긴장감의 연속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후배 간호사가 제 몫을 빨리 해내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가르침에 있어 강도 높은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local_hospital직업Tip :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처음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걸으라고 멱살을 잡고, 겨우 걷기 시작하면 뛰라고 채찍을 들더니, 뛰면 날으라고 윽박지른다.”라는 말로 태움 문화의 비합리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실수가 용납될 수 없으며, 인원 부족으로 식사 시간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빡빡한 스케줄로 움직인다.
이 빈틈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있으니 최소한 환자와 보호자만큼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문화가 바뀌고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당신이 생과 사를 오가며 옅은 숨을 토해낼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을 잡아줄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