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은 낭만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숨겨진 금은보화를 찾아가는 여정은 모험 스토리의 클래식 소재이다. 너무 익숙해서 먹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맛이지만, 먹을 때마다 혀는 녹고 배는 포만감에 젖어 저절로 손을 뒤로 짚게 된다. 그러나 낭만은 현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물의 발견은 소유권 분쟁으로 곧장 이어진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산호세호이다.
보물을 품고 침몰한 산호세호를 아시나요?
산호세호(길이 40m, 무게 1,000톤)는 1708년 본국으로 귀항하는 중 영국 해군(4척)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여, 콜롬비아 앞바다에 300년 넘게 묻혀있는 스페인 보물선이다. 실려 있는 보물(금, 은, 도자기, 에메랄드)의 가치가 우리 돈 약 27조 원(금만 약 167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탐사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네 나라의 소유권 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각 나라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looks_one콜롬비아 – 현재 산호세가 침몰한 지역은 카르타헤나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콜롬비아의 영해에 해당한다. 2015년 침몰 위치를 직접 확인한 당사자이기에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발견 당시 대통령이 직접 소식을 전했었다.
looks_two미국 – 처음 탐사를 진행했던 1981년 당시 볼리비아는 탐사 기술력이 없어 미국 탐사회사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정부로부터 지분을 약속 받고 침몰 추정 위치를 알려주게 되지만 자후 콜롬비아 정부가 임의로 지분을 낮추어 법정 분쟁까지 발생하였고 결국 승소하게 된다. 이 판결을 근거로 보물 가치의 절반인 10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콜롬비아는 탐사회사가 알려준 좌표가 현재 산호세가 있는 위치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looks_3스페인 – 이 배의 원래 주인이라는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침몰한 군함을 발견한 미국 탐사회사가 보물을 모조리 획득했으나 소송을 통해 반환받은 적이 있다. 다만, 산호세호에 있는 보물은 식민지에서 약탈한 물건이라는 약점이 있는 상태이다.
looks_4볼리비아 – 보물의 출처가 바로 볼리비아의 포토시라는 지역이다. 1535년 대규모 은광이 발견된 후 300년 동안 정렴자인 스페인에 의해 산호세와 같은 화물선으로 대규모 약탈을 당했다. 은을 캐는 목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만 수십만 명에 달하고 약 8만여 명이 사망했다.
21세기 보물선에는 낭만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피스의 루피가 더 인간의 호기심과 낯선 세계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다. 돈의 관점에서는 대박이지만 인간을 꿈꾸게 만드는 요소는 많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